돈의 이름을 지어보자! 본격 재알못 탈출기 당신은 10만 원이 든 지갑을 들고 1만 원짜리 영화를 보러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가는 도중에 현금 1만 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계획대로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이번엔 조금 다른 상황을 두고 질문해보겠습니다. 당신에게 10만 원이 있었는데, 오후에 볼 영화표를 1만 원을 주고 아침에 미리 사두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가던 당신이 이번에는 표를 잃어버리고 마는데요, 잃어버린 표는 다시 재발행 되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라면, 당신은 표를 다시 사서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이 질문은 <넛지>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가 실시한 ‘주제적 프레이밍 실험’의 일부인데요, 첫 번째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영화를 보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상황에서는 1만 원을 다시 내고 영화표를 사서 보겠다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돈, 행동, 일 등 그것이 무엇이든 주제별로 묶고 그에 따라 다르게 취급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 상황에서 10만 원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마음의 계좌는 하나였고, 여기서 1 만 원이 사라졌으니 총 10%의 손실만 발생한 것이 됩니다. 10%의 손해는 비교적 작게 느껴지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영화표를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이죠. 하지만 두 번째 상황에서는 9만 원짜리 현금 계좌와 1만 원짜리 영화표 계좌로 계좌 종류가 나뉘어 있었고, 그 중 영화표 계좌에서 100% 손실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100%를 다시 메워야 하는 소비를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심리를 재테크의 기본인 지출관리에도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실험에서와 같이 돈을 목적에 맞게 구분한 뒤, 이름을 지어 쓰임새를 명확히 함으로써 돈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돈은 어떻게 분류하고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요?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통장 분리’입니다. 통장을 분리하는 원리는 매우 간단한데요, 바로 통장을 여러 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통장에 ‘급여 통장’, ‘지출 통장’, ‘투자 통장’, ‘예비 통장’, ‘여행 통장’ 등의 의미를 부여하면 됩니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한 통장들의 구체적인 사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급여 통장에는 이름처럼 소득을 하나로 합쳐놓고, 대출이자나 공과금 등의 고정 지출이 여기에서 빠지도록 해둡니다. 다음의 소비 통장은 매달 변동하는 식비, 교통비, 문화비 등의 지출에 활용합니다. 급여 통장과 따로 구분해서 관리하는 이유는 매월 일정한 예산에 맞춰 쓰는 습관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인데요, 예산을 미리 정해 놓는 소비 통장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쓸데없는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투자 통장은 내 집 마련, 교육 자금, 은퇴 자금 등의 목적에 따라 나눠서 그에 맞는 적절한 금융 상품을 활용해야 하며, 마지막 예비 통장은 정말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험에 대비한 것으로 최소 월평균지출 3개월 치의 금액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통장 분리를 잘했다면 이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자동이체에도 순서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흔히 공과금, 세금, 대출 이자 같은 고정 지출이 첫 번째로 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정 지출보다 우선적으로 자동이체가 되어야 하는 통장은 바로 투자 통장입니다. 그 다음이 고정 지출 이체이고 마지막은 소비 통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순서를 정하는 이유는, 예산 조정이 대부분 마지막 남은 돈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급여통장 투자통장 소비통장 예비통장 전국의 재알못 여러분, 지금 당장 통장을 분리하고 이름을 붙이는 것부터 시도해보세요. 현금흐름 관리가 재테크의 시작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지출관리를 바탕으로 시도할 수 있는 투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책은 셀프 재무관리와 절세 방법, 기본적인 재무 용어 등 재테크에 대한 모든 것을 초보자를 위해 쉽게 풀어낸 실용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