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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장인 고모 씨(30)는
개와 새를 합친 ‘개새’ 인형을 샀습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사지 않았을 물건이지만,
회사일로 너무 화나고 열이 받아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삼으려고 샀다”라며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장인 윤모 씨(29)는
며칠 전 택시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을 텐데, 아침에 갑자기
상사의 육두문자가 생각나면서
갑자기 열이 확 받았다.
몸이라도 편하게 출근하고 싶어
택시를 불러 택시비 9,000원이 나갔다”
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이렇듯,
요즘 스트레스로 계획에 없던
돈을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을 비용’을
‘시발비용’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늘은 ‘시발비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비용들,
그리고 ‘시발비용’이 나타난 진짜 이유와
그 해결책에 대해 알아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시발비용은 SNS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젊은 층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령,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
대중교통 대신 택시 타기,
출근길에 고급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사 가기,
홧김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사기 등이 있습니다.
즉, 계획에 없던 충동 지출을 함으로써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해소하려는 것이지요.
또한 시발비용과 연관된 비용으로는
멍청비용, 쓸쓸비용 등이 있습니다.
먼저 멍청비용이란,
‘멍청하지 않았다면 나가지
않았을 돈’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를 보기 위해
토요일 6시로 예약했는데,
관람 날짜를 착각해서
다음 날인 일요일 6시에 간 경우,
혹은 시험 당일 늦잠을 자
시험장에 가지 못한 경우 등
자신의 실수로 돈이 날아간
경우입니다.
다음으로 쓸쓸비용이란,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쓰는
비용‘입니다.
가령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워
친구에게 밥을 사 주고 함께 있는 경우,
혹은 혼자 있는 것이 싫어
일부러 공연 등을 보러 가는 경우 등
안 써도 되는 비용이지만
혼자인 것이 싫어 쓰게 경우입니다.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
‘시발비용’으로 해소
한편, 지난 1월 24일~2월 1일까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910명을
조사한 결과,
80%가 스트레스 때문에 홧김에
돈을 쓰고(시발비용),
81%가 부주의로 돈을 낭비 하며(멍청비용),
71%가 외로움에 돈을 지출했습니다
(쓸쓸비용).
이런 곳에 쓴 돈은
1인당 1년간 평균 60만 2000원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주 적은 돈은 아닌 것이지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직장인들의 현명한 방법”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시발비용의 단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요.
“대부분 시발비용을 쓸 때는
아주 큰돈이 들어가진 않지만,
자칫하면 엄청난 돈을 쓴 뒤
후회하게 되고,
거기에 대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 또 다른 시발비용을 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시발비용 = 힐링비용?
한편, 이러한 시발비용에 대해
‘지친 일상의 소소한 위로를 안겨주는’
일종의 ‘힐링비용’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인 D 씨의 경우,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를 때면
점심시간에 미용실에 들릅니다.
펌이나 커트가 아닌, 단지
‘머리를 감기’ 위해서입니다.
D 씨는 “무슨 만 원이나 주고
머리를 감느냐며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만 원짜리
한 장으로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갑과 을의 시대,
풀 곳이 없는 ‘을’은 서럽다
한 대학교수는 ‘시발비용’의 등장에 대해
“사회적 약자가 말로써
현실 지배적인 힘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소수만 성공하고 대다수는
낙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 같은 소비행태를 만들어 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시발비용’과 같은 신조어들을
젊은 층에서 많이 쓰게 된 것은
오늘날의 사회현실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젊은 층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설령 취업이 된다 해도,
일부 기업들은 제외하고는
불안정한 취업구조,
하루 8시간 이상 근무,
야근 수당 미지급,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등
최소한의 기본생활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요.
그렇기에 이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큰돈 모으지도 못할 거
스트레스라도 풀며 살자’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찔끔찔끔’
시발비용을 쓰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치밀어 오르는 스트레스를
다른 이에게 털어놓자니
만났을 때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비용도 줄이고 스트레스도 풀자는
생각이 퍼지면서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젊은 층의 작은 사치에 대해
‘을의 서러움이 표출된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표적 방법 가운데 하나가 쇼핑”이라며,
“갑은 을에게 화풀이할 수 있다지만,
을은 이게 불가능하다 보니
쇼핑으로 일시적이나마
울화를 잠재우려 한다.
시발비용이란 신조어의 탄생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발비용’의 시발점,
“홧김에 질렀어요”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시발비용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물론 이러한 비용 사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가진 이들도
많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지 않는 이상,
홧김에 사용한 돈들이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방해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쓸 돈이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순간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돈을 쓰고 난 후 쓸데없는 돈을
썼다는 후회와 걱정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서울연마음클리닉의 강병훈 원장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 경우,
소액을 카드로 자주 긁다 보면
전체 규모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나중에
카드 결제 청구서가 날아오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라며,
“대략적이나마 한도나 횟수를
정해놓는 것도 시발비용 압박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실 연령대를 막론하고,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는
불가피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강도가 아니라면,
자신의 조절 능력 범위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시발비용은
단기적으로는 해소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적 스트레스라는
또 다른 우울함이 찾아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땅의 ‘을’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 안착으로
‘시발비용’이 줄어들기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풍족한 삶을 꿈꾸는 대신
취업, 결혼, 육아,
혹은 내 집 마련 등을 꿈꿉니다.
그리고 이 꿈들을 이루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현실에 대해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며,
돈으로, 혹은 안타까운 사건들로
이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자보다는 약자를 먼저 보호하고,
수많은 서민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들이 견고히
자리 잡힌 사회가 온다면,
분노의 ‘시발비용’도 어쩌면
지금보다는 줄어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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